이제 막 시작된 영국의 새 왕 찰스 3세의 시대를 신임 총리 리즈 트러스는 ‘우리들의 새 캐롤린 시대(our new Carolean age)’라고 명명했다. 그러면서 찰스 3세에 대한 충성(loyal service)을 약속했다. 캐롤린 시대의 ‘캐롤린’은 찰스의 라틴어 어원. 튜더, 스튜어트, 조지안, 빅토리안, 에드워디안, 하우스 오브 윈저 왕조로 이어져 내려오는 영국 역사가 새 시대를 열었다는 맥락이다.하지만 트러스 총리는 찰스 3세의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지도자 중 한 명이었다는 칭송도 잊지 않
어느 국가, 어느 민족이든 한두 명의 ‘국민가수’는 갖고 있다. 이런 가수들은 조건이 있다. 우선 활동하면서 모든 연령대와 성별에 걸쳐 인기가 있어야 한다. 또 사후에도 오랜 세월을 두고 사랑받아야 한다. 영국에는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한 명의 명실상부한 국민가수가 있다. 바로 캐슬린 페리어(Kathleen Ferrier·1912~1953)다. 페리어는 올해로 탄생 110주년, 영면한 지 69년을 맞는다. 하지만 아직도 영국인의 사랑을 받으며 음반이 꾸준히 발간되고 팔리는 ‘현역’ 가수이다. 탄생 110주년임에도 ‘현역’ 가수인 이
얼마전 런던에서 출발해 ‘혀’라는 이상한 이름을 지닌 영국 최북단 해변마을 ‘텅(Tongue)’을 돌아오는 긴 여정을 소화했다. 차로 7박8일간 달린 1970 마일(3152㎞)의 길은 필자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행 코스 중 하나이다. 당초 이번 여행에서는 스코틀랜드 북부지방인 하이랜드(Highland)와 하이랜드 서부 해안의 연륙섬인 스카이(Skye)섬이 주 목적지였다. 하지만 거기에다 욕심을 좀 더 내서 호수지방(Lake District)과 하워스(Haworth)가 속한 요크셔 지방도 더했으니 가히 영국 전역을 7박8일에 섭
영국인들은 2008년 보리스 존슨의 런던 시장 취임 이후 매일 어떤 식으로든 그의 덥수룩한 금발을 보지 않고는 하루를 지날 수가 없었다. 그가 언론에 등장하지 않으면 모두들 궁금해할 정도였다. 그만큼 존슨 총리는 화제를 몰고 다니는 영국 정치 역사상 희대의 풍운아이다. 그런 그가 연이은 정치 스캔들 끝에 결국 측근 반란으로 지난 7월 5일 사임을 발표했다. 배반과 음모와 권력투쟁 사태로 이어진 추락의 과정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맥베스’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존슨의 몰락은 지난 6월 7일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보수당 소속 일부
영국에서 새로운 형태의 주거 방식인 코리빙(coliving)과 코하우징(cohousing)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영국 전역에 있는 9000여개의 코리빙마다 긴 대기자 명단을 갖고 있어 입주하려면 상당한 기다림이 필요하다. 특히 코리빙 주민의 거의 4분의1이 노령층으로, 노인들이 이 새로운 형태의 주거 방식에 열광하고 있다. 영국 전역에 19개의 단지가 있는 코하우징도 60여개가 새로 건설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코리빙은 한 건물에 여러 가구가, 코하우징은 한 주택 단지 안에 여러 가구가 사는 형태이다. 이 두 주거 방식이 기존의
영국 보수당이 성추문으로 심하게 얼룩지고 있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 정권이 성추문으로 무너질 지경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영국의 과거 정치사를 보면 정권 말기에는 항상 집권 여당이 성추문에 휩싸였었다. 이번에도 보수당이 위기를 쉽게 넘기기 어려울 듯하다는 전망이 영국 정가에 파다하다.영국 하원의 체면은 이미 지난 4월 영국 정론 주간지로 평가받는 ‘선데이타임스’의 성추문 보도로 추락한 바 있다. 당시 선데이타임스는 영국 하원의원 56명이 ‘성 관련 부적절한 행동(sexual misconduct)’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직장인들의 꿈인 ‘월화수목일일일’로 통칭되는 주4일근무제 실험이 지난 6월 6일부터 영국 70여개 기업 직장인 3300여명을 대상으로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실행된 주4일근무제 실험 중 최대 규모다. 이번 실험은 6개월간 진행되면서 ‘월급 삭감 없이(100%), 주4일만 근무하면서(80%), 생산성은 종전과 같이(100%) 유지할 수 있는지’를 살피게 된다. 이른바 ‘100:80:100 이론’이 과연 실현 가능한지 보려는 시도이다.영국에서 주4일근무제 운동을 주도하는 세력은 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좌파 성향 단체와 활동가들
축구에 목숨을 거는 영국인들에게 축구가 어떤 의미인지 보여주는 가장 유명한 말이 있다. “축구는 생과 사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Football is not a matter of life and death. it’s much more important than that.)” 영국 리버풀 축구 클럽의 전설적 감독 빌 샹클리가 한 말인데, 영국인들이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한 영국 친구에게 “진짜 너도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의 답은 “정말 맞다”였는데 그 이유가 이랬다. “내가 죽고
지난 5월 5일 영국에서는 4년 임기의 지방의회 의원(councillor)을 뽑는 전국선거가 열렸다. 마침 기회가 닿아 필자도 개표에 참가해 봤다. 필자는 원래 제3당인 자민당원이지만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노동당 참관인 겸 조사원으로 참가했다. 이날 개표 경험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정말 영국 개표는 비효율적이고 비능률적’이라는 것이다. 우리와 비교하면 거의 원시적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거기에는 분명 정당한 이유도 있었다.우선 이번 선거 결과로 뒤바뀐 영국의 정치 지형을 살펴보자. 이번 선거로 잉글랜드 146개, 스코틀랜드 32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영방송이자 제일 큰 방송인 영국 공영방송 BBC가 창립 100주년(1922년 10월 18일 창립) 만에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지난 1월 중순 영국 정부가 시청료를 2027년에 폐지하겠다고 전격 결정하면서다. 영국 정부는 BBC 시청료 폐지를 위한 입법 작업을 이미 시작한 상태다. 현재 관련 법안은 하원에서 1차 독회를 마친 후 2차 독회 중이다. 2차 독회, 분과위원회, 하원 상정의 과정을 거쳐 의결되면 다시 상원에서도 같은 절차를 밟는 등 아직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2027년 시청료 폐지는 되돌릴
요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관련 보도를 보면서 ‘푸틴은 몰라도 러시아인은 싸잡아 미워하지 말자’는 생각이 자꾸 든다. 현재 세상에서 가장 미움받는 나라인 러시아는 필자가 40대의 10년을 산 곳이다. 40년째 살고 있는 영국이 제2의 고향이라면 러시아는 제3의 고향 같은 곳이다. 당연히 깊은 애증이 얽혀 있다. 물론 미치광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변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냥 필자가 보고 듣고 아는 순박하고 문화적이고 지적인 러시아인들을 얘기하고 싶어서다. 러시아인들을 몽땅 하나로 묶어서 전쟁 원흉으로 볼 게 아니라 잘못된 지
취준생 딸과 대화를 나누다가 요즘 취준생들이 선호하는 ‘꿈의 직장’이 갖춰야 할 조건들을 물어봤습니다. 일단 연봉은 기본이랍니다. 창피하지 않을 정도면 된다는데, 그 창피함이 어느 정도인지는 취업 시험 낙방 횟수에 좌우된다네요. 그런데 연봉보다 더 중시하는 것이 ‘칼퇴(근)’와 ‘자유로운 휴가’랍니다. 워라밸이 보장되지 않는 직장은 아무리 연봉이 높더라도 일단 제외라는 겁니다. 거기다가 ‘직장일에 무관심하고 부하 직원 간섭하지 않는 상사’가 있으면 금상첨화라는군요.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직장은 아무래도 공기업 쪽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올린 간호사 격려 글을 읽다가 떠올린 단어가 ‘졸렬(拙劣)’이었습니다. ‘졸렬하다’의 뜻풀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옹졸하고 천하여 서투르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대통령 글에서 풍기는 첫 인상이 바로 옹졸함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이 진정으로 고맙다면 그걸 굳이 간호사와 의사로 나눠서 고마움을 표시할 이유가 있을까요.특히 글에서는 간호사 칭찬만 한 것도 아닙니다. 간호사는 치켜세우고 의사는 깎아내렸습니다.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절로 든 것이 이런 구절입니다. “지난 폭염 시기,
우리는 총선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지만 영국은 이제 총선이 막바지인 모양입니다. 12월 12일 치러지는 총선에서 지난 몇 년간 영국을 갈가리 찢어놓은 브렉시트 논란이 드디어 끝장을 보는 듯합니다. 뜨거운 영국 총선의 한복판에서 보내온 이번주 ‘런던 통신’을 읽다 보니까 우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내각책임제에 대한 흥미가 다시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잔인하고도 효율적인’ 정권교체 절차가 흥미롭습니다. 총선 당일 개표를 하면서 어느 당이든 과반인 326석을 넘기는 순간이 바로 정권교체 시점이라고 합니다. 보통 새벽 3시쯤 과반 여부가 판